LV.1 한 달 생활기

공부하는 법을 배웠다

프로그래밍을 독학할 때 애용했던 방법이 있다. 구글에 "Learn XXX in 1 hour", "Clone coding using OOO" 이런 것들을 검색해서 무작정 따라치는 것이다. 그렇게 프론트엔드 공부를 할 때 React, Vue 등 다양한 기술들을 따라치며 공부했다. 그래서 우테코가 시작되기 전에도 Spring 강의를 찾아 같은 방식으로 공부했다. 정말 너무너무 어려웠다. 제어의 역전, 의존성 주입과 같은 발음하기도 어려운 단어들이 나오더라.

잘하는 개발자가 되기 위해 우아한테크코스에 지원했다. 웹 프론트엔드를 2년 동안 나름 열심히 독학했고, 제대로 된 서버 교육을 1년 받으면 훌륭한 풀스택 개발자가 될 거라 생각했다. 스타트업에서 혼자 모든 개발을 도맡아 할 수 있는 능력자가 되는 것이 목표였고 개인의 성장을 위해서 교육과정에 입과했다. 돌이켜보면 되게 급한 마음이었다.

빠르게 Spring 기반 웹 개발을 배우고, 현업에서 사용되는 실무적인 기술들과 노하우를 배울 것을 기대했다. 그런데 Java와 객체지향 공부만 한 달을 시키더라. 도대체 왜 콘솔에서만 돌아가는, 아무도 쓰지 않을 프로그램을 작성하는데 코드 리뷰가 붙고 다들 이렇게 철학에 집착하나 싶었다. 조그마한 콘솔에서 랜덤하게 생성된 숫자에 따라 자동차로 명명된 글자가 앞으로 잘 가는지 따위를 검증하기 위해 테스트 코드를 몇 시간 내내 짰다. 사지도 않을 로또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프로젝트 설계를 하고 이런저런 디자인 패턴을 논했다. 콘솔 프로그램을 한 달 동안 만드는 게 웹 개발에 무슨 도움이 된다는 걸까 의구심이 들었는데, 그냥 했다.

최근에 운 좋게도 시간이 남아서 교육 이전에 들었던 Spring 강의를 다시 들어봤다. 완벽히는 아니지만 이제 조금씩 귀에 들어오더라. 여기서 깨달음을 얻었다.

어떤 기술을 배움에 있어 그 밑바탕이 되는 지식의 유무는 학습 속도를 결정짓는다.

객체지향을 잘 모르더라도 Spring을 배우고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한 달간 책을 읽고 코드 리뷰를 받으며 천천히, 조금씩 쌓아놨던 지식들이 다음 과정 학습에 있어 훌륭한 밑거름이 된 것을 체감했다. 실용적인 기술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기술을 이루는 근원이나 철학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크게 느낀 한 달이었다.

옆자리 고객부터 챙기자

개발을 하던, 경영을 하던, 디자인을 하던 늘 사용자/고객 경험을 최우선시 하는 인생을 살자고 매일 다짐한다. 결국 플랫폼 개발은 실력을 떠나 고객에게 매력적이어야만 그 의미가 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고전적인 생각에서 인생 방향을 찾았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기 위해서 나 자신, 그리고 주변 사람부터 챙기자는 생각이다. 그래서 늘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좋은 사람으로 살기 위해 노력했다.

페어 프로그래밍은 한 컴퓨터에 두 명이 앉아 각각 5~10분 가량의 시간을 정해두고 번갈아가며 코딩을 하는 개발 방법이다. 개발 성과 관련된 효율성과 효과성에 대해서는 처음에 의심을 많이 했지만 우선 이 곳의 규칙이니 납득하고 따랐다. 누구보다 다른 사람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팀플 과제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왔기 때문에 자신감이 넘쳤다. 누군가와 페어를 하던 친해지고 기술적으로 더 성장하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한 달째 페어 프로그래밍을 하며 느낀 제일 큰 점은, 정말 가까이서 일주일 간 붙어 앉아서 일을 하면 부딪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말 모든 것이 다르다. 과제에 임하는 마음이나 각오, 생활 패턴, 프로그래밍 방법, 자신의 의견을 내는 방법까지 모든 것이 다르다. 일주일은 짧다면 짧은 시간이겠지만, 페어 프로그래밍을 할 때마다 각자의 세계가 부딪힌다. 과제가 끝날 때마다 서로 피드백을 주는 "회고" 시간이 있는데, 매번 새롭게 그 사람에 대해 알아가는만큼 나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그래서 무엇을 알게 되었냐고? 내가 거만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페어의 말에 집중하지 못하고 멍 때리는 시간이 있기도 했고, 내가 생각한 방향이 무조건 옳다 여겨 상대에게 의도치 않게 의견을 강요하기도 했다. 나의 생활패턴이나 속도에 맞춰 페어를 충분히 이해시키지 못한 적도 있다.

오히려 좋다. 이렇게 진솔하게 서로 장단점을 말해준다는 것은 아무리 친한 친구여도 어렵기 마련이다. 교육과정에서 제일 가까이 앉은 옆자리 고객에게서 받는 피드백으로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다. 기술적인 성장 뿐 아니라 인간적인 성장도 매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크나큰 축복이다.

그러니 오늘도, 내일도, 우선 내 옆자리 고객부터 챙기자.

미운 오리 새끼들의 날갯짓

이 곳에 모인 미운 오리 새끼들은 모두 백조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날갯짓을 연습한다. 처음에는 경쟁심에 불타 남들보다만 잘하자는 생각으로 임했고, 그래서 첫 일주일동안은 다른 사람에게 쉽사리 말을 걸지 못했다. 암묵적인 경쟁관계에 있으니까! 그런데 포비가 이런 말을 했다.

스스로를 남들과 비교하지 마라. 자신만의 색깔을 가져라.

남들과 비교하지 않으면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 한 달 생활 끝에 내린 결론은 포비가 맞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설계를 잘하고, 누군가는 다른 회사에서의 경력이 있고, 누군가는 심지어 글쓰기를 잘 할 수도 있다. 내가 100가지의 능력을 가지고 각각의 능력들을 수치화하더라도, 남들보다 몇 가지 능력이 더 낫다는 것으로 내 우월함이 증명될 수 있을까? 거꾸로, 내가 남들보다 몇 가지 능력이 덜하면 난 하찮은 사람인가?

아무래도 기술을 배우는 시간만큼 다른 사람들을 대하게 설계되어 있는 교육의 특성상 스스로를 남들과 비교하는 습관이 가끔 나온다. 그럴 때마다 요즘은 다시 한 번 더 생각한다. 그게 다 무슨 의미냐고. 결국 제일 중요한 것은 어제의 나보다 나은 오늘의 내가 되는 것이다(라고 다짐하려고 굉장히 많이 노력한다). 우테코에서 포비도 코치들도 이런 점을 강조하고, 모두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서로의 성장을 응원해 줄 수 있는 환경이 더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다. 첫 주에 경쟁자로만 보였던 크루들은 이제 매일 아침에 볼 때마다 너무 반갑다. 같이 공부하고, 밥을 먹고, 술을 먹으며 하는 많은 이야기들이 즐겁다. 분명 기술을 배우러 왔는데, 덤으로 사람에 대해서도 성장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을 할 수 있다는 게, 어쩌면 이번 10개월은 내 인생에 있어 큰 분기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취준생 입장에서 많은 고민 끝에 지원했지만, 요즘 들어 우테코에 들어오길 정말 잘 한 것 같다. 기술적으로도, 그 외적으로도 많은 것이 성장했다. 고통스럽지만 즐거운 교육 과정과, 함께 걸어가는 크루들이 있어 8개월 뒤의 내 멋진 모습이 기대된다. 오늘도,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자.

운 좋게 글쓰기 우수작으로 선정되어 우아한형제들 기술 블로그에 다른 크루들의 글과 함께 올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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